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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토픽/시사.이슈

비열한 학원 금품갈취 실태

by 라떼블루 2011. 6. 22.

얼마 전 동네 선배가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듯한 기분이 드는 말로 술 한잔 하자길래 만난 적이 있었다.
두 어순배 잔을 주고 받은 후에 본론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하, 당사자 관점에서 서술함)


얼마 전부터 중학교 2학년 아들녀석의 낌새가 이상했다. 
용돈을 자꾸 더 달라는 것이 꺼림직 했는데 마침내 아내 지갑에 손을 댄 것이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서 학원 간다는 것을 만류하고 불러앉혀 자초지종을 물었다.
쉽게 입을 열지 않던 녀석이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솔직해야 부모가 도울 수 있다는 말에 그동안의 일을 이야기 했다.


충격이었다. 
뉴스 기사거리로 치부하기엔 요즘 아이들 세태가 장난이 아니란 걸 들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그 이야기를 듣고나자, 그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말로는 몇 달전부터라는데 아무래도 작년부터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가해를 한 녀석들도 일부만 가려서 얘기하는 느낌도 받았다.
몇 놈이서 처음에는 천원씩, 비교적 적은 돈을 돌아가며 꿔달라고 하더니 갈수록 금액이 몇 만원대까지 불어나 돌아가며 집요한 상납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란다.
결국 학원비도 그렇게 나누어 빼앗기고 다른 곳을 배회하고 다녔던 것이다.

일순 분노가 치밀고 당장이라고 사단을 내고 싶었지만 일단 침착하게 적절한 대응을 강구했다.
일단 담임선생과 연락을 하여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만나기로 했다.
학교를 찾아가니 이미 가해한 녀석들의 자술서를 받아 놓고 세 녀석들의 부모들도 와 있었다.
한 사람은 아이의 잘못을 대신해 죄송하다 하고 한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다.
나머지 하나는 피해학생의 말만 듣고 어찌 판단하냐는 식의 말투였다.
전형적인 잉여인간의 말투였다.


가해한 녀석들의 배후가 더 있을 것이고 시일이 지나면 다른 놈을 시킬 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중학생이라 고작 전학 말고는 별 다른 제재가 없는 상황인지라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려 했지만 이 잉여인간의 말짓거리에 자칫 이성을 잃을 뻔 했다.
다행히 선생이 나서서 그 놈 에미에게 그런식으로 말해선 안된다고 훈계를 하자 금방 꼬리를 내렸다.
아뭏든 이번에는 그냥 이렇게 넘어가지만 다음에 또 다시 이런 일이 있을 시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뻔한 멘트만 날리고 일단락 지었다.

 

여기까지가 그 선배의 말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과연 아이들인가? 이런 의문이 든다고 한다.
이런 잉여녀석(쓸데없이 남아돌기만 하는 녀석들)들에겐 남에게 가해를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 자체가 없다. 

예전 학창시절을 돌아봐도 분명 학원폭력은 존재했고 소위 '삥 뜯기'라는 금품갈취도 있었다.
그런데 나와 그 선배가 공감하는 것은 갈수록 그 수단과 방법이 비열하고 집요하다는 것에 있다.


예전엔 적어도 같은 반 친구는 건드리지 않았고 떼로 몰려다니는 놈들이나 좀 논다고 깝치던 녀석들도 자신들끼리 치고박고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완전 양아치 같은 놈이 아닌 다음에야 자기보다 약한 놈을 ㅉ팔려서라도 괴롭히진 않았던 것 같다. 레벨 차이가 나니까.
물론, 개개인 별로 보면 지금과 다를 게 없는 놈도 있었겠지만 넓은 영역으로 본 일반적인 현상은 그러했다. 

결국 오로지 학력을 위한 교육정책과 내 자식만 잘되고 상처받지 않고 기가 살면 된다는 식의 가정교육 행태가 이러한 현상을 자연스럽게 잉태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가해자와 그 부모들은 간과하고 있다.
정말로 피해자는 바로 가해학생들 자신인 것이다.

언젠가 자신이 양심을 갖게 된 사람새끼로 돌아왔을 때 자기 자신의 양심에 가한 그 죄책감의 피해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히려 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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