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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리뷰/라떼스토리 (추억과 에세이)

간이역의 가락국수, 그리고 아버지...

by 라떼블루 2011. 7. 11.

어린시절 서울에서 작은 사업 으로 바쁘신 부모님 때문에 시골의 산골마을 외가집에서 성장했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잠깐 귀가했다가 다시 시골집으로 내려가곤 했는데요, 당시 동대문에 있던 고속터미널의 버스표를 구하기 힘들어서인지 서울역 기차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경기도 남부, 충청남도 경계에 있던 산골마을인지라 작은 간이역이 하나 있는데 당시 완행열차를 타고 가다 보면 모든 역마다 다 정차를 해서 엄청 오래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 정차하는 경우도 빈번했는데 역에 가락국수를 파는 곳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아버지께서 정차하는 동안 잠깐 기다리라고 하시면서 열차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평소에 외식을 거의 안하다 보니 자장면도 잘 안사주시는 편이었는데 그 날은 어쩐일인지 간이역의 가락국수를 한 그릇 사다 주셨습니다.

 
너무 맛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께서 사 주신 국수라 더 맛있게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다 먹을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보시는데 열차가 출발하려 했습니다.
그때는 1회용 그릇이 없어서 아버지께선 급히 그릇을 가져다 주러 나가셨습니다.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해서 불안했습니다.

  

  

다행히 무사히 다시 열차 안으로 돌아오셨는데 창문 밖으로 제가 먹을 국수를 사다 주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모두 지켜 보았던 저는 그때 어린 아이였지만 가슴 뭉클한 父情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오랫만에 예전에 공부하던 책을 정리하다 주쯔칭의 '背影(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이 글과 비슷한 내용의 기억 때문인지 부친의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잊고 싶은 기억과 잊고 싶지 않은 기억, 그리고 애닯은 기억들 모두가 잊혀졌다가는 또 다시 불현듯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늦은 밤,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해져 잠도 설치고 이렇게 끄적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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