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고양이, 햄스터, 애완조류, 심지어 뱀, 장수풍뎅이처럼 특이한 동물까지 까지, 요즘엔 개인취향에 따라 반려동물 종류도 참 다양해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개나 고양이도 어른들이 여기기엔 가축의 개념 그 이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강아지나 돼지새끼가 무척 귀엽긴 했지만,,
- 방에서 키울 생각은 엄두도 낼 수 없었고,
- 지금처럼 사료도 아닌,
- 그저 사람이 먹다 남은 잔반을 세숫대야 크기만 한 다라에 부어줘도 다 잘 먹고 아픈 데 하나 없는 강인한 토종들이었죠.
소중하고, 자랑스런 우리의 토종 가축들은 귀엽다기보다는 약간 무식하다고 여길 정도로 정말 튼튼했습니다. ^^;
봄 방학이 끝날 무렵, 학교 앞에서 만난 노랑병아리
이렇다 보니 지금과 같은 봄철에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앞 병아리 장사하는 아저씨가 출현하면 그야말로 인기 '짱'이었습니다.
가슴 뛰는 '삐약거림'의 치명적인 귀여움..
그 노랑 병아리 정말 귀여웠죠. 봉지에 한 마리 사 와서 어른들한테 혼나기도 했습니다.
계란 얻으려고 기르던 닭장에 있는 씨암탉들은 완전히 다른 별종들처럼 보였습니다.
그 닭들은 병아리와 한 데 같이 키울 대상이 아닌 외계 종자 같았습니다.
좁쌀이나 사료를 따로 사다 줄 수도 없어서 쌀 알을 부수어 주다가 방아깨비를 잡아다 주면 정말 잘 먹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대청마루 위에서 녀석과 한참을 놀곤 하다 보니 할머니, 어머니도 더 이상 뭐라 안 하시고 먹잇감 있으면 건네주시곤 했지요.
하지만,,
"기계 병아리는 약해서 금방 죽어.." ← 어른들 말씀
"기계 병아리는 약해서 일찍 죽는다. 너무 정 주지 말어." ← 할머니 말씀.
처음에는 기계 병아리가 뭔가 했는데,,
어미 닭이 직접 품어서 부화한 것이 아닌, 기계 시설로 인공적으로 부화한 병아리들이란 뜻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친구들의 노랑 병아리들은 이미 일찍 죽었다고 하더군요.
이런 말을 듣고 나서는 병아리가 약해서 아플까 봐 늘 노심초사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 병아리는 잘 먹고, 날 놀고, 따뜻한 햇빛을 쬐며 잘 졸고 하더니 생각보다 잘 자랐습니다.
그런데 원래 닭들이 부쩍 빨리 크더군요..
3주째가 지나니까 중닭이 다 돼서 마당에 두었습니다. 귀여운 모습도 사라지고요.
하지만 이미 정이 들었고,,
녀석에게 올챙이도 잡아다 주고, 메뚜기도 잡아다 주고 해서인지 저만 보면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닭이 사람 따른다고 동네 어른들도 어이없어하시는 것 같았음)
굿바이, 얄리
녀석이 특별하기도 했지만,,
닭장 안에 다른 녀석들의 시샘 내지는 서열 텃세가 심해서 기존 씨암탉들과 닭장에서 같이 키우지 않고 마당에서 키운 것도 아마 한 몫한 듯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언제부터인지 녀석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온 동네며 뒷산 어귀며 다 찾아봤는데 소용이 없었고, 결국 못 찾았습니다.
아마도 닭장이 아니라 그냥 계속 마당에서 기른 것이 원인인 듯했습니다.
너구리나 살쾡이, 혹은 족제비 같은 것의 소행인 듯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서글피 울기도 했습니다.
사내놈이 닭 때문에 운다고 오히려 아버지께 무지 혼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꽤 상처가 됐나 봅니다.
한동안 녀석이 눈에 밟혀 힘들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 그 노랑 병아리가 제게는 첫 번째 반려동물이었던 것 같군요.
지금은 오래된 노래이긴 한데 '날아라 병아리(굿바이 얄리)'란 노래가 있더군요.
오늘 운전 중에 우연히 그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니까..
따스한 봄날, 어린 시절 시골 국민학교 앞에서 "뺙뺙"거리던 그 노랑 병아리들이 생각나서 적어본 추억의 단상이었습니다..
P.S.. 그때 병아리 이름을 '삐약이'라고 지어 줬었는데,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도 별명도 '삐약이'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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