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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리뷰/라떼스토리 (추억과 에세이)

십자매 한 쌍이 낳은 알에서 부화한 아기 새

by 라떼블루 2022. 11. 26.

최근에는 반려견을 기르는 세대가 정말 많아진 것 같습니다.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분들이 자주 눈에 띄거든요.

드물게 특이한 반려동물을 기르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새를 키우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애완용 조류가 특이한 것은 아니지만, 새를 기르는 경우가 예전만큼 흔하지는 않은 것 같네요.  

오늘의 이야기는 제가 오래전에 기르던 새 이야기입니다. 종류는 십자매입니다.

 

 십자매 한 쌍을 입양하게 된 이유

  

오래 전 딸아이가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 어린아이였을 때 지방의 어느 시골 장터에 구경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드물게 5일 장이 서는 곳이었는데 유명한 순대국밥집을 갔다가 그날따라 그곳에 장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대형마트와는 또다른 완전히 색다른 풍경에 저는 잠시나마 옛날 추억에 빠져들었고, 아내와 딸아이는 정말 새로운 분위기를 만끽하며 재밌게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새들과 새장을 파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많은 새들을 처음 보는 아이가 새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귀여운 새들을 보니까 마음이 동하긴 했지만, 사실 동물을 기른다는 게 정말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라 그냥 잘 구경만 했으면 했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 새 아저씨가 사람 잘 따르는 문조 한 쌍을 꺼내 손에 앉혀주자 이미 게임 종료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딸아이는 십자매가 참새를 닮아서 십자매를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래서 결국 십자매 한 쌍을 사서 돌아오게 된 것이 새를 기르게 된 이유였습니다.

 

어미-새-옆에-부화하여-있는-아기-십자매
어미와,아기십자매

  

"우리 십자매 알이 부화했어요!"

 

그렇게 거실 베란다에서 십자매 한 쌍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딸아이는 유치원에 다녀오면 모이와 물도 갈아주고 십자매들이랑 대화도 하고 한 동안 들여다보며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둥우리를 들여보니 뭔가 이상한 게 보였습니다.

바로 십자매 새끼였죠..

 

사실 그동안 십자매들이 알을 자주 낳긴 했습니다만, 거의 다 무정란이었기에 저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딸아이는 알이 전부 부화되어 아기새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새끼가 보이지 않을 때마다 실망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새끼가 태어났으니 정말 뛸듯이 좋아했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좋아하던 딸아이 모습이 선명하네요)

물론 저와 아내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 것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십자매는 어미가 먹이를 게워내서 새끼에게 먹이기 때문에 좁쌀 외에 국수 소면도 잘라서 넣어주고, 야채도 자주 넣어주고, 물도 자주 갈아주며 아기 새가 빨리 크기를 바랐습니다,

눈이 뜨고 솜털이 더 자라면 가족들과 친숙하게 지낼 수 있도록 각인 학습도 시킬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났습니다.

  

한 때의 추억으로 남은 아기새..

  

그런데 무더위가 한창이던 어느 날..

그 아기새가 그만.. 짧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간 사이에 발견했는데 저 역시 마음이 정말 아렸습니다.

 

어쨌든 기르던 새였기 때문에 동네 야산으로 잘 묻어주었습니다.

아이가 돌아와 새 둥지가 빈 것을 알고 물어보는데 정말 사실대로 말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기르기 귀찮아서 다른 사람 주었다고 하기도 그렇고 사실대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순수한 어린아이였으니 정말 서럽게 울고 슬퍼하는데 부모 입장에서 그 모습을 보기에 정말 안쓰러워 마음이 짠하더군요.

  

이제는 성인이 된 아이와 어쩌다 이 이야기를 하게 되면 딸아이는 여전히 그때의 한 쌍의 십자매와 그 아기새를 기억하며 안쓰러워합니다. 그 새들의 이름을 모두 딸아이가 지어줬거든요.

지금은 이제 한 때의 기억으로 남아있고, 함께 한 강아지가 벌써 노견이 되어있네요..

  

이 이야기는 저의 첫 번째 블로그였던 다음 블로그 '싸커엔젤'에 업로드했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카카오가 다음 블로그 서비스를 종료해서 백업해 놓지 않았다면 그만 잊힐 뻔했던 기록이기에 다시 포스팅해 봤습니다.

다음 블로그는 수익형 블로그로 운영 자체가 안 되다 보니 일상 이야기와 이웃 간의 소통이 정말 활발했기에 지금의 티스토리와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정리를 하다가 당시 올렸던 글이 눈에 띄어 그때의 글을 원본 대신 다듬어 다시 한번 업로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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