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전을 승리로 이끌고 최종예선을 앞두고 있는 요즘 최강희감독의 의미있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톱시드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일본과 맞붙고 싶다' 라는 말과 (물론 원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밝힌대로 대표팀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까지'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축구팬으로서 최강희감독의 이러한 말은 한편으로는 공감이 되기도 하지만 쉽게 생각하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본과 맞붙고 싶다"
우즈벡에 패하긴 했지만 지금 일본의 전력은 90년대 미우라와 나카타 전성기 때의 일본팀 보다도 강하고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현재 가가와 신지, 하세베, 오카자키 신지 등이 독일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고 2010 남아공월드컵과 2011 아시안컵의 영웅 혼다, 그리고 세리에A 인터밀란의 나카토모, 최근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3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 사무레이레드 이충성까지... 아시아 최강의 막강한 엔트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즈벡전 패배가 그들에게 오히려 독보다는 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주의 성향이 비교적 강한 일본팀에서 주장인 하세베가 합숙까지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물론 우리에게도 아시아 최고클럽 선수들인 K리거들과 병역문제로 일본에 비해 스카우트장벽이 있어서 그렇지 일본 못지 않은 유럽파 전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구자철을 제외하고는 일본유럽파들과 비교해 볼 때 제대로 가동되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 답답한 현실입니다.
이러한 일본과 최종예선에서 싸우고 싶다는 최강희감독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 부분에서 쿠웨이트전에서 국내파를 중용했던 최강희 닥공감독의 현실적 포석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란원정'입니다.
침대축구의 오명을 쓰고 있는 이란이긴 하지만 이란의 전력이 결코 일본에 비해 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아시아에서 더불어 피지컬능력으로만 놓고 볼 때 한국을 압도할 수도 있는 팀이 바로 이란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중동원정이라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네임밸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일 컨디션이 중요하다는 것은 조기축구회라도 직접 뛰어 본 사람이라면 다 압니다.
하지만 국가대표감독이 선수기용하면서 어디 여론이나 협회를 무시하고 소신대로 할 수 있었나요?
(이 부분은 아래의 두 번째 주제와도 관련된 부분입니다)
유럽파를 가동한다 해도 두 가지가 걸림돌입니다.
1. 구준한 경기 출전으로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가?
2. 48시간 전에야 합류해서 시차를 극복하고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가?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최강희감독은 이란보다는 일본을 더 선호할 것입니다. 여기에 두 가지 요인이 더 있지요.
1. 일본에게 공식적인 A매치에서 연패한 적이 없다.
2. 일본과는 적어도 시차문제는 덜 수 있다.
하나 더 추가하면 국민정서상, 그리고 선배들의 투지를 봐서라도 일본과의 결전이 오히려 시너지효과를 더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월드컵 본선은 안한다. 외국인감독을 영입해라"
개인적인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제독, 총수, 감독은 남자들의 로망입니다.
축구인으로서 국가대표팀의 감독은 누가 뭐래도 최고의 영예입니다.
본선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게 되면 적어도 아시아 흥행시장에서 물밑 스카우트 제안도 상당합니다.
그런 것을 떠나 자신의 컬러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그라운드의 사령관이라는 것 부터 가슴이 벅찰 것 같군요.
물론 책임감도 막중하겠지만...
선수경험도 없이 팬에서 첼시감독이 된 세계적인 지도자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
최강희감독은 이러한 기회를 스스로 고사하고 있습니다. 왜...?
첫째, 언급하기는 싫지만 상대적으로 외압을 받지 않는 유능한 외국인감독 영입이 오히려 대표팀을 최적화 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더 이상의 언급은 유보합니다)
둘째, 1년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폭발적인 단기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대표팀감독입니다.
스스로 전북의 닥공을 이끌며 봉동이장이란 애칭으로 불리우는 최강희감독은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해 장기간 숙고하는 스타일로서 대표팀은 어쩌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일 수도 있습니다.
셋째, 제 생각입니다만 감독도 두 가지의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철저한 프로-클럽형감독이고 또 하나는 아마츄어리즘을 겸비한 대표팀사령탑 유형의 감독입니다.
예를들어 명장으로 꼽히는 퍼거슨감독이나 무리뉴감독이 대표팀감독으로 어울릴까요?
엘메자케나 플라티니, 베켄바워, 반바스텐은 클럽형보다는 사령탑 유형에 가깝습니다.
이 두 경계를 자유자재로 뛰어 넘은 감독이 있다면 바로 히딩크감독일 것입니다.
최강희감독은 어쩌면 이 부분에 대한 경계를 스스로 확실하게 구분하고 클럽형 감독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 가지 더 부연하자면 최강희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외국인감독 영입 외에도 새롭게 떠오르는 유능한 젊은세대 감독의 등장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현재 젊은 신진 감독들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대표적으로 홍명보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유형으로 올림픽팀을 잘 이끌고 있고 황선홍감독이 클럽형 감독으로서 한국축구 미래의 사령탑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최종예선을 앞 둔 시점에서 최강희감독은 월드컵 본선까지 염두해 두고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월드컵 본선진출 대표팀감독의 명예를 고사하였습니다.
이는 그동안의 한국축구의 문제점과 비젼을 한 번에 압축하여 표출하였다는 점에서 한 번쯤 숙고해야 할 사안이 될 것입니다.
물론 최종예선을 통과해야만 그 의미도 빛을 발할 것입니다만...
(요즘 조금 시간이 나다 보니 포스트가 자꾸 길어지네요.. ㅜㅜ 여기까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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