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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리뷰/라떼스토리 (추억과 에세이)

아시아 축구 컵대회 '박스컵,킹스컵,메르데카배,머라이언컵'을 기억하시나요?

by 라떼블루 2022. 11. 29.

지금 2022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혹시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서 70~90 세대 분들이라면 과거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개최되던 각종 컵대회를 기억하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지금이야 우리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단골손님이고, 아시아 축구 수준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발전해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이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월드컵 같은 메이저 대회에서 아시아 축구는 그야말로 무시 대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아시아 축구 국제 대회 전성 시기 (~1980년대 후반 혹은 1990년 대 초반까지 존재했던 이야기)

 

198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고 자부하던 한국도 월드컵은 정말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디 홉스에게 있어 주토피아 그 이상의 이야기였습니다.

차범근 전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했던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국뿐만 아니라 전 아시아의 초 관심 대상이 되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1985년도인가?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 청소년 축구 대표팀이 멕시코 세계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이루어냈을 때 아시아는 그야말로 대단한 사건이었고,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이 대회에서 우리 팀은 '붉은 악령들'이란 별명을 얻어 지금의 '붉은 악마'라는 별칭의 모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당시까지 아시아의 축구 인기와 열기는 대단했지만, 월드컵 본선커녕 올림픽 무대도 밟기 힘든 상황이다 보니 여러 아시아 각국은 자신들 만의 국제 축구 대회를 만들어 국제 경기를 유치했습니다.

물론 한국을 비롯한 몇 몇 국가는 월드컵 본선도 나가고 올림픽에도 출전하긴 했지만, 이러한 아시아 축구 강국은 물론 특히 동남아 같은 완전 축구 변방 국가들은 국제 대회 참가에 대한 열망이 너무도 강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FIFA 주관 대회 본선 진출은 요원하다 보니 아예 직접 국제 대회를 만들어 개최하게 된 것이죠.

 

70년대에-인기였던-박대통령컵-아시아-축구대회-대회장면
박대통령컵.아시아축구대회

  

'박스컵'이 월드컵 다음으로 큰 대회?

 

위에서 말한 아시아 국가들의 국제 축구 대회 출전에 대한 갈증은 우리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만든 국제 축구 대회가 바로 '박 대통령컵 축구 대회'였습니다. 속칭 '박스컵'이었죠.

당시 아이들이나 축알못 분들은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이 대회가 정말 월드컵 다음으로 큰 대회인 줄 알았을 정도로 굉장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태국의 킹스컵, 말레지아의 '메르데카배' 싱가포르의 '머라이언컵' 대회를 만들어 국제 축구 대회를 개최하는 붐이 일었으며, 정말 모두 굉장한 관심과 인기, 그리고 나름대로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출전국들 중에서 아시아 팀들은 정말 진지하게 우승을 노리며 최선을 다하기도 했죠.

 

그런데 사실 이런 대회는 월드컵이나 아시안컵과 같이 FIAF 주관 대회도 아니어서 공식 타이틀이 걸린 대회가 아니라 그저 초청 친선 경기 대회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로 아시아 팀들만 출전하거나 설령 비아시아권 팀이 출전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국대가 아닌 클럽팀이나 연령대 아마추어 팀들이 여행 겸 연습 겸 초청에 의해 소수가 참가했던 대회였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팀들은 진심으로 이런 대회에 출전했고 진지하게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당시에도 아시아 축구 맹주로 자처하던 한국은 우리나라에서 열린 박스컵(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나중에는 그냥 '대통령배 국제 축구대회'에서 '코리아컵'으로 바뀝니다) 대회에 아시아 팀뿐만 아니라 반드시 비아시아권 팀들을 초청하여 차별화하기 위해 많이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권에서 개최되는 친선 초청 대회에 강팀들이 올 리는 없겠죠. 사실 이때 참가한 유럽, 남미 팀들은 강팀도 아니고 국대는 더욱 아니며, 출전 동기도 그다지 진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동대문 운동장이 가장 큰 경기장이었던 그 당시의 우리는 박스컵에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프랑스 같은 축구 강국의 팀들이 왔다는 사실 그 자체와 우리가 그들을 이기고 우승까지 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정말 프로 레슬링에서 김일 선수가 일본, 서양 레슬러들을 때려눕히고, 프로 복싱에서 우리 선수가 세계 챔피언 먹는 것처럼 환호하며 열광했죠. 지나고 보니 정말 아련하고도 짠한 추억들입니다.. 

 

 

현대적인-축구-경기장의-전경
현대적인,축구장

 

FIFA의 변화와 달라진 아시아 축구

 

개인적으로 볼 때 아시아 각국에서 열렬히 개최되던 이런 컵 대회들이 점차 사라지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1. 아시아 축구 수준의 발전

2. 피파가 주도한 전 세계 축구 시스템의 구축

 

아시아 축구가 발전하고 세계 축구 흐름과 실체에 대해 진정으로 눈을 뜨게 되자 아시아 팀들 또한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또 지금 2022 카타르 월드컵만 보더라도 아시아 축구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 선두에서 아시아 축구의 자부심을 이끈 팀은 바로 우리 한국팀이란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아시아 친선 컵 대회들이 사라진 두 번째 이유는 바로 FIFA의 적극적인 전 세계 축구 시스템의 구축 때문입니다.

몇 가지를 정리해서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각국의 프로 리그 활성화와 승강제를 위한 1부, 2부... 리그 이원화, 혹은 다원화

2. 모든 예선 경기에 대한 '홈 앤드 어웨이' 경기 방식 적용

3. 올림픽에서의 축구 대회 프로 선수 출전 허용 대신 나이 제한 및 와일드카드 인원 제한

4. 각 대륙별 컵 대회 강화 (아시안컵-아시아, 유로컵-유럽, 골든컵-북중미, 코파아메리카컵-남미, 네이션스컵-아프리카)

5. 세계 축구 대륙간컵 신설 : 컨페드레이션스컵. 차기 월드컵 개최국과 각 대륙컵 우승팀들이 겨루는 대회, 주로 월드컵 개막 전에 열림

5. 각 대륙 협회들도 동아시안컵, 걸프컵(중동), 아세안컵(동남아시아 대회, 스폰서 이름을 붙여 대회 이름으로 한다) 대회 개최 활성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해도 이러한 변화를 보면 왜 아시아의 여러 초청 친선 대회들이 사라졌는지 아시겠죠?

한 마디로 말해서 FIFA 주관 대회 준비하려면 일정 자체가 빡빡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아시아 국가 주관 초청 대회에는 아시아 팀들조차 국대가 아닌 팀들을 출전시키거나 아예 초정에 응하지 않고 오직 올림픽,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월드컵 예선 일정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 것이죠.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초청 대회에 불과했지만, 당시 국제무대에서 뛰는 국가대표 팀 축구를 보고 싶어 했던 우리나라와 아시아 축구팬들에게 이런 대회들은 당시에는 정말 가장 큰 축구 대회였습니다.

지금은 그저 라떼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있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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